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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report









성큼 다가온
나고야의정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나고야의정서
나고야의정서는 생물자원을 활용하며 생기는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지침을 담은 국제협약으로 생물 유전자원을 이용하는 국가는 그 자원을 제공하는 국가에 사전 통보와 승인을 받아야 하며 유전자원의 이용으로 발생한 금전적, 비금전적 이익은 상호 합의된 계약조건에 따라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의 약리학자이자 식물화학연구자인 투유유(屠呦呦)는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치료의 특효 성분을 개발한 공로로 2015년 아일랜드의 윌리엄 캠벨, 일본의 오무라 사토시와 함께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봄철 대표 건강 식재료인 쑥은 단군신화에도 등장할 만큼 한국인에게 친근한 식물로, 투유유보다 한참 앞선 400여 년 전 허준 선생이 <동의보감>에 말라리아 특효약이라 기록해놓았다. 개똥쑥의 약효를 이미 알았던 우리보다도 중국의 과학자가 이를 이용하여 신약개발에 성공한 배경에는 동서양의학을 결합한 전통의학을 중시하는 풍조와 더불어, 1967년 문화대혁명 초기부터 당시 국가주석이던 마오쩌둥의 지시로 중국정부가 말라리아 퇴치 정책을 적극 펼친 것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바이오산업 발전의 명암

생명공학기술을 바탕으로 생물체가 지닌 특성 중에서 우리가 필요한 유용한 물질을 추출해 신약 개발이나 기능성 식품의 원료로 활용하는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바이오산업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이오산업 종사자들이 자연 소재를 원료로 사용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된 까닭은 화학공정을 거쳐 만든 합성소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인데다 효능에 대한 부작용 빈도도 낮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소재를 찾는 바이오산업은 인간에게 많은 혜택을 선사하지만 바이오산업의 발전에 비례해 자연은 훼손되고, 자연이 품고 있는 생물들은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전 세계는 1993년 생물다양성협약을 발효해 자원보유 국가의 자국의 자원 보호와 권리를 주장하게 됐다. 그리고 2010년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나고야 의정서를 채택, 2014년 33개 국가들이 비준하여 발효됐다.

나고야의정서 본격 발효 시 발생할 문제

앞서 언급했듯 나고야의정서는 유전자원 활용 방법과 이에 따른 이익 공유를 규정하고 있는 국제협약이다. 하지만 이 협약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자원을 이용하는 국가는 제공하는 국가에 사전통보승인(PIC)을 받고, 유전자원이용으로 얻은 금전적·비금전적 이익을 계약조건(MAT)에 따라 공유해야 한다. 만일 이러한 과정 없이 천연생물자원을 이용할 경우, ‘자원 해적 행위(Biopiracy)’라 하여 국제적인 재산권 침해소송을 겪게 되고 만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후디아’와 에티오피아의 테프(Tef)다.
남아공의 ‘후디아 고르도니’라는 식물은 원래 남아공의 샨족이 장기간 사냥에 나갈 때 배고픔을 잊기 위해 먹던 자생식물이다. 이를 눈여겨본 남아공 국립연구기관인 남아공과학산업연구회가 ‘후디아’의 식욕억제효과 성분을 분리해 내 특허로 등록했고, 이후 영국 Phytopharm사에 특허사용권을 넘겼다. 후디아의 상업화에 성공한 Phytopharm사는 2003년 상업화 이익의 6% 로열티와 8% 마일스톤을 합의, 현재까지 남아공 현지에 10만 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테프는 에티오피아 지역에서 자생하는 시리얼 작물로 에티오피아인들이 주식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네덜란드 HPFI사가 유럽시장을 겨냥해 테프를 이용한 맥주와 과자류를 생산하려고 에디오피아 정부와 이용협정을 체결했고, 테프 종자를 개량해 제품을 생산, 판매했다. HPFI사는 테프 종자의 판매 매출액 대비 30%에 해당하는 로열티를 에티오피아 정부에 지급했고, 원주민들의 경제 환경 보호강화를 위한 펀드에도 순 이익의 5% 또는 매년 2만 유로를 지불하고 있다.

해외 의존 높은 국내 업계 자생력 키워야

우리나라의 경우, 바이오산업(식품, 화학제품, 의료품 등)의 해외 생물자원 원료에 대한 의존도가 약 70%에 달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2012년 발표 자료에 의하면 나고야 의정서 발효에 따라 해외 생물자원을 이용하는 우리나라 바이오기업이 추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매년 최소 136억 원에서 최대 639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산업계 전체로 따지면 최대 5천억 원의 경제적 부담 발생이 예상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더해 해외 생물자원을 이용하는 바이오산업 기업체 대상 설문조사 결과(2013년, ‘해외유전자원 관련 제도 운영현황 및 국내 대응방안 연구’,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서는 응답기업의 절반이상이 해외 유전자원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중 절반가량이 ‘국내 및 해외 중개업체를 통한 간접 조달방식으로 원료를 조달받기 때문에 제공자로부터 정부 인허가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답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근접한 세계 생물자원 부국인 중국으로부터 많은 양의 생물자원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나고야의정서의 실질적인 발효가 시작되면 그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시대에는 문익점 선생이 원나라의 눈을 피해 붓두껍에 목화씨를 숨겨 들여와 의복문화를 발전시켰지만, 만일 지금 시대라면 아마도 ‘자원 해적 행위’로 매도돼 엄청난 재산피해를 입고, 목화를 이용한 의류산업도 발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우리에게 필요한 해외 생물자원을 합법화된 절차를 통해 국내 기업이 이용할 수 있도록 국제법적인 대비를 마련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 또한 해외 생물자원을 대체할 수 있는 국내 생물자원의 발굴과 이용을 위한 정보제공 활동 및 지원 등을 대형 산·학·관 협력 R&D 지원 사업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에 기대기보다 기업 스스로 알고 준비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K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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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상태 서울대학교 차세대융합기술 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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